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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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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서적

2020년대

우리것을 찾아 한평생

내용
우리 문화재 찾아 60여 년
출처
현위헌 자전실화
작가
-

상세내용

◈ 우리것을 찾아 한평생 ◈

한 인간이 살아온 날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인간이란 불완전한 까닭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요, 살다 보면 때론 진흙탕 속에도 뒹굴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떡하랴? 그것이 우리네 삶인 걸.

내가 걸어온 삶의 여정,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 그것들을 공개하려고 마음먹기까지 나 역시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한 개인의 역사로 덮어 두어서야 되겠느냐며 꾸짖는 주위 분들의 권유에 못 이겨 마지못해 시작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 내가 살아온 과정을 그냥 솔직히 쓰는 거야!'하고 몇 차례나 혼자서 다짐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나는 나의 글이 비록 어쭙잖은 글일지라도 작게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크게는 민족정신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었다면 결코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의 폭포 속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묵은 감정들이 오랜 잠에서 속속들이 깨어났다. 어떤 때는 흥겨우면서도 어떤 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맛봐야 했다.

해방이 되면서 그동안 수집한 문화재 중 일부는 한국에 묻어두고, 일부는 일본으로 가져간 오구라씨를 찾아 밀항한 지 벌써 5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밀입국자로서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쫓겨 다녀야 했던 날들, 조선인이기에 겪어야 했던 냉대와 설움, 비록 짧았지만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웠던 사랑, 바로 눈앞에서 십 년 넘게 준비해 왔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믿었던 동족의 배신,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야 했던 투병생활, 나의 58년이란 세월은 이러한 상처들로 꿰매져 있다. 일본 남단의 작은 어촌 야마구치현 나가노시에서부터 일본의 북단인 북해도 삿포로시를 배경으로 해서.

내가 일본으로 건너올 때 가지고 온 재산은 '움직이지 않는 뱀은 새끼 줄밖에 되지 못한다'는 속담 하나뿐이었다.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 오는 좌절감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일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줄기찬 의욕 때문이었다. 움츠리지 않고 움직여 보려는....

문화재에 미쳐 흘려보낸 길고 긴 세월, 하지만 조금의 후회도 없다. 내 삶이 값어치 있는 삶은 못 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쓸모없는 삶은 아니었으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일부는 찾고 일부는 일본에 남아 있는 문화재, 나에게 단 한 가지 소원이 남아 있다면 일본 우에노국립박물관 동양관 3층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가 내 조국 대한민국의 품으로 하루 속히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