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2020년대
신암리 비너스
상세내용
시간의 발걸음과 사유의 흔적
결혼 5년 만에 도서관 가까이 스무 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대출을 받아 장만한 집이라 빨리 대출금 갚을 생각에 방 한 간을 세놓았다. 그 방에 들어온 아가씨는 울산중부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였다. 그녀는 싹싹하고 귀여웠다. 우리는 언니 동생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때 나는 두 살 된 딸을 등에 업고, 다섯 살 아들의 손을 잡고 외출을 하곤 했다. 도서관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도 서관을 찾는 모습을 본 그녀는, 우리를 위해 책을 빌려다 주었다. 나와 아이들은 그녀가 책을 들고 퇴근하는 걸 기다렸다. 그러던 그녀는일 년이 지나고 결혼을 하면서 우리 집을 떠났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중부도서관 은하수 독서회 활동을하고, 나는 디딤돌 주부독서회 활동으로 독후감을 쓰면서 글쓰기에 첫발을 디였다. 직장을 제 되면서 바리 돌아가는 일상에 독서도 글쓰기도 소원해졌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그곳에서 오는 떨림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퇴직한 뒤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고 전국의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더러 상처 난 유물이 내 손길을 스쳐 전시된 것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흙으로 만든 신석기 신암리 토우를 보는 순간 떨림이 왔다. 울산박물관 특별전에서 만난 <신암리 토우>가 어둠 속에 결박당한 채 서 있는 전라의 내 모습과 겹쳐졌다.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내면이 허물어졌던 기억들을 깊이되돌아 보며 자판을 두드렸다. 앞으로도 나의 글이 가을철 벌레 소리나 된서리와 같이, 때로는 순백의 구름 같이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삶의 의미와 따뜻한 정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것들이 되었으면 한다.
<신암리 비너스>는 내 발걸음과 사유가 남긴 흔적들이다. 부족한지만 소중히 보듬고 싶은 것들이다.
2020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