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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서적

2010년대

서관호 칼럼집2 - 보물섬 이야기

상세내용

시조시인 서관호(徐官浩ㆍ1948년~ ). 경남 남해 창선 출생. 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2002년 《현대시조》 신인상, 2004년 《문예시대》 수필 신인상 당선 등으로 문단 데뷔. 저서 『세월은 강물처럼』, 『물봉선 피는 마을』, 『꼴찌해도 좋은 날』, 『반 박자만 늦추자』, 『키 작은 해바라기』, 『바다가 있는 풍경』 등 문집 16권 상재. 한국문화방송 시조공모 장원, 공무원문예대전 4회 입상, 4.19기념 오행시 우수상, 문예시대 작가상 수상 외. 부산경상대 외래교수,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부산시조시인협회장 (역임). 현재 「어린이시조나라」 발행인


 

 

●  보물섬, 문화로 만들기

 

 

문화는 자연을 제외한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이다. 그런데 이 문화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 그래서 현재 우리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문화를 '남해문화'라고 한다. 이 남해문화가 타 지역에 비해서 어떤 특징을 갖느냐에 따라서 지역민의 생활수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특수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타 지역 사람들에게 작용하기도 한다.
 
문화를 크게 나누어보면 모양을 가진 유형문화가 있고, 모양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형문화가 있으며, 글과 그림으로 존재하는 기록문화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깃들이는 생활문화도 있으니까 세상에 문화 아닌 것이 없다.
 
위의 기준에 따라 남해문화를 살펴보면 유형문화에는 보리암 절집을 비롯해서 우리가 사는 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물, 남해대교를 위시해서 크고 작은 다리, 바래길과 같은 도로, 물건방조어부림과 같은 인공 숲, 죽방렴과 같은 어장도 다 남해문화이다. 무형문화로는 화전농악과 선구줄끗기 등도 있지만 우리의 말, 우리가 가진 글씨 쓰는 재주, 노래 부르는 실력도 다 남해문화이다. 기록문화로는 가문에서 보존하는 족보, 교지, 비석 등이 있고, 절에서 보존하는 탱화와 문서, 남해군지와 같은 기관지, 신문사의 신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는 보통 이름난 문화재는 소중히 여기는데 자신의 생활이 문화인 것은 잘 모른다. 우리가 사는 집, 담장의 모양 등은 주거문화이고, 생선을 회쳐서 날 것으로 먹는 식습관 같은 것은 음식문화이며, 모시베 삼베 뻣뻣하게 옷 해 입는 것은 의복문화이다. 우리가 쓰는 말의 억양이나 사투리는 언어문화이고, 우리의 인사성과 모든 예의범절, 우리가 즐기는 여가활동이 다 문화이다. 왜 진도 사람들은 대개가 판소리 한 자락은 뽑지 않던가? 그것이 곧 무형문화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우리와 우리 자손들까지 행복할까?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남들이 부러워하고 사귀려고 하고 구경하러 올까? 이론은 간단하다. 첫째는 옛것 중에서 좋은 것은 잘 지켜나가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살고 있는 생활모습 등은 좋은 방향의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는 이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내다보고 거기에 맞도록 지향하여야 한다.
 
이러한 일을 잘 하려면 큰 틀의 문화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전처럼 닥치는 대로 하거나 부분적으로 따로 하면 안 된다. 때로는 당근을 주어서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제재를 가해서 규제하기도 하면서 큰 방향을 잡아나가야 좋은 문화를 짧은 기간 내에 만들 수가 있다. 예컨대 김두관 군수 시절에 시행했던 장례문화는 남해의 옥토를 지키고, 인구가 줄어들어서 장례와 산소관리가 어려운데 따르는 삶의 무게를 한층 가볍게 하였다. 그때는 다수가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혜안이었느냐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부분적인 것을 넘어서 종합적인 문화정책을 수립하여 그 중의 작은 사업들이 큰 틀에 맞도록 실행해나가야 할 때다.
 
앞서 보물섬을 말, 글, 그림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자고 제의했던 것들도 다 문화사업의 한 부문이다. 광범위한 문화를 영역별로 나누어서 흐르는 시간 위에 놓고 잘 살펴보면 무엇을 어찌 조치해야 할지 가닥이 잡힌다. 이것을 실행할 방법들을 체계화하면 정책이 된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깨쳐야 나라가 부흥할 것임을 간파하고 이 큰 틀에 작은 일들을 줄을 세웠다. 문자를 창제해서 글을 가르쳤고, 집현전을 설치하여 학문을 연구하고, 사가독서제도를 만들어서 관리를 공부시켰으며, 『농사직설』, 『효행록』, 『삼강행실도』 등의 책을 펴내고 고을마다 학교를 세워 백성을 교육시켰다. 이렇게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문명국가를 지향함으로써 나라가 흥할 수 있지 않았던가.
 
가령 우리고장의 정신문화 수준이 높아지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 많다. 문신수 선생 유고집 발간, 남해시대가 하는 합창단과 음악회, 남해교회가 하는 아버지학교, 젊은 엄마들이 하는 책 읽는 활동, 군청이 하는 문화마을 조성과 명사초청강연, 교육청이 하는 '남해얼' 교육, 문화원이 벌이는 여러 가지 사업 등 많다.
그러나 이것이 큰 틀이 없으면 시너지 효과가 없다. 왜 공부를 계속하는데도 음식값은 비싸고, 관광지는 말썽이 많으냐 말이다. 주차비 몇 푼 받으려다가 관광남해를 망치고 보물섬 남해문화를 그르친다는 사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보물섬 문화의 큰 그림이 그려져서 모든 사람이, 그리고 모든 일이 한 방향의 큰 흐름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진정한 보물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