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1598년 11월 19일 새벽 이충무공이 노량해전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순국한 직후 간신히 섬멸을 면하여 해상 도주하는 패잔적을 추격하여 이를 원산 소홀산 등지에서 소탕하고 선소의 왜성으로 입성했던 당시의 명장 독공정왜유격대장(明將督工征倭遊擊隊長)인 장량상(張良相)이 그의 이름으로 왜성 밑 바닷가 자연 바위에다 새겨 놓은 시문(詩文)이다.
이 시비는 그들의 연호인 황명만력(皇明萬曆) 27년 서기 1599년 즉 노량해전이 끝난 이듬해에 완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애비(磨崖碑)는 비록 우리 고유의 문화재가 아닐 뿐 아니라 시문 또한 유배문학의 영역(領域)에 속하지 않음도 자명하거니와 뜻깊은 임진·정유란의 소산이라는 시각(視角)에서 후일의 연구학도들을 위해 여기 원문을 수록해 두기로 하였다.
동정시비(東征詩碑)는 전문(前文)과 시 2장으로 되어 있다. 시비의 전문(前文)은 당시 조선이 6, 7년간에 걸쳐 왜적들의 침략을 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황제는 크게 진노(震怒)하여 대사마 형공(大司馬 刑公)과 도독 진공(都督 陳公) 이하 문무장신(文武將臣) 십여명으로 하여금 대구원군(大救援軍)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수갈래 길로 조선땅에 진격케 하였다는데 부터 시작된다.
그 구원군의 위세는 꿩을 차 갈려는 매와도 같고 탐탐히 노리는 숲속의 맹호와도 같았다. 장신들은 모두 힘을 모아 최후까지 충성을 다했다.
그 위력은 멀리 부산에까지 떨쳤다. 미처 날뛰던 고래의 기개를 눌러 봉쇄함으로써 씩씩한 군용(軍容)은 국위를 높였고 원수를 여지없이 무찔렀다.
천제(天帝)의 군사로서 오랑캐 격멸에 그 책임과 임무를 다함으로써 필승을 거두었다. 천제의 위엄으로 천하는 다스려지고 먼 곳의 적도 굴복해 왔다. 국왕의 소서(詔書)에 따라 여기 이장(二章)의 시가를 읊는다.
비록 공자님 같은 훌륭한 시가는 못될망정 그러나 후세의 여러 사람들에게는 빛을 떨치리라고 매듭짓고 있다. 그 이장의 시가는 다음과 같다.
東征詩...... 萬曆二十六年季秋 國家復有事于東夷 維時朝鮮 受倭患 至是六七年矣 我師
救之 久未報捷 天子赫然震怒 乃令 中丞萬公 往視師 經理與總督大司馬刑公 都督陳公 以下
文武將臣十餘人兵會 朝鮮 先後濟鴨綠江 數道並進 惟公壯志鷹揚 美風虎視 覽于群公 罔不
協乃心力 竭厥忠謀 將良相 浪 鷄林耀 師於釜山 封鯨鯢而後 返 太史氏區大相 以爲從古
帝王 出師命將 咸有誦言 以壯軍容 宜國威 伸同仇之 誼 軫於役之勞 矧夫以 天王之師 征
誅夷狄艾除 暴亂 等出萬全 事在必克 順治威嚴 于茲爲盛 宣昭示遠 服 永詔來 於是作詩二章
雖之孔碩之雅 庶揚有赫之威云 爾其詞
[제1장]
皇赫怒兮定夷亂 (황혁노혜정이란) 황제께서 크게 노하시어 오랑캐의 난리를 평정하셨도다.
壯士奮兮不遑寐 (장사분혜불황매) 장사들이 떨쳐 일어나 잠잘 겨를조차 없었도다.
橫長戟兮服勁能 (횡장극혜복경능)
긴 창을 비껴 들고 (적군을) 그 굳세고 유능함에 굴복시켰도다.
[제2장]
皇靈謖兮窮海外 (황령숙혜궁해외) 황제의 신령한 위엄이 떨치심이여, 저 멀리 바다 바깥까지 미치도다.
征不庭兮靜殊類 (정부정혜정수류)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정벌하여 괴상한 무리(왜적)를 잠잠하게 하였도다.
甲旅悅兮從公邁 (갑려열혜종공매) 갑옷 입은 군사들이 기뻐하며 공(장량상)을 따라 전진하도다.
[제1장 관련]
組甲耀兮星辰煥 (조갑요혜성진환) 끈으로 꿴 갑옷이 찬란함이요, 별과 달처럼 빛나도다.
蹴溟渤兮波濤晏(축명발혜파도안) 넓고 큰 바다를 박차니 파도도 잠잠해지도다.
倚長劍兮扶桑岸 (의장검혜부상안) 긴 칼에 기대어 동쪽 나라 해안에 서 있도다.
佃極尊兮鰲足斷 (전극존혜오족단) 지극히 높으신 황제의 군대가 사냥을 나섰음이여, (바다를 떠받치던) 자라의 발도 끊어지도다.
[제2장 관련]
封鯨鯢兮敗鱗介 (봉경예혜패린개) 큰 고래(왜적의 괴수)를 잡아 가두니 조무래기 고기들(남은 적들)이 패하여 맥을 못 추도다.
加目出兮極地界 (가목출혜극지계) 눈을 크게 뜨고 살피심이여, 그 기세가 땅끝까지 미치도다.
標穹碣兮際荒裔 (표휘갈혜제황막) 높은 비석을 세워 공적을 나타냄이여, 그 기세가 먼 변방의 끝까지 미치도다.
異域來兮嘉主會 (이역래혜가주회)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전쟁을 끝내고) 아름다운 만남을 가졌도다.
◆ 제 一 장 (제1장)
황제가 노하심이요 오랑캐의 난(亂)을 평정하였도다. 장사들이 분발하였음이요, 쉴 겨를조차 없었도다. 긴 창을 휘두르고 센 화살을 쏘았도다. 갑옷이 찬란함이요 별과 달도 빛나도다. 큰 바다를 박차니 파도도 숨을 죽이도다. 장검을 휘두르니 천하가 선경(仙境)이로다. 천제의 장신이 사냥을 나셨음이요 모든 금수들이 굴복하도다.
◆ 제 二 장 (제2장)
황령(皇靈)이 떨치심이요 천하가 굽어 들도다. 불의를 치심이요 모든 악의 무리가 조용해지도다. 갑옷을 떨쳐입고 나섰음이요, 모든 무리가 굴복하여 따르도다. 큰 고래를 봉쇄하니 조무래기 고기들이 맥을 못추도다. 눈을 크게 뜨심이요, 온 천하에 영향이 미치도다. 이 위대한 공적을 큰 비에 새겨 기리 후세에 남겨두리 먼나라에 이르심이여 고마운 어론으로 받들어 모시리다.
(註) 황(皇)은 천자(天子) 즉 제왕, 혁(赫)는 왈칵 성을 내는것, 분노와 같다. 시경(詩經)에 '왕혁사노(王赫斯怒)'란 말이 있다. '황혁'노는 명나라 천자가 발끈 노하는 모양을 나타낸 것, 혜(兮)는 음을 조절하기 위해 붙인 조사, 어구 사이에 넣어 어구가 일단 멈추고 다시 계속되는 뜻을 표시한다.
주로 시부(詩賦)에서 쓴다. 가령 '대풍기혜운비양(大風起兮雲飛揚)'처럼 말이다. 혜음은 혜 정이란(定夷亂)의 이란은 당시의 왜란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이는 중국에서 동쪽 오랑캐란 말 우리나라도 들어간다. 강경전(強徑箭)은 굳세다는 말이리라. 조갑(組甲)은 끈으로 맨 갑옷을 말한다. 조(組)는 깁는다. 섞어 짠다는 듯 시경에 '소사조지(素絲組之)'란 말이 있다. 명발(溟渤)은 큰바다.
창해 의장검(猗長劒)의 猗는 倚와 같다. 시경에 '의중교혜(猗重較兮)'란 말이있다. 부상안(扶桑岸)의 부상은 동해 가운데 해 돋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을 말한다.
그 신목이 있는 나라를 가리키는 것이다. 동쪽에 떨어진 섬, 전(佃)은 익경(益經)의 이전이어 (以佃以漁)란 말이 있다. 전엽(佃獵) 사냥을 말한다. 오족단(鰲足斷)의 오(五)는 자라와 같다. 오족은 자라 발이다.
사기에 '단오족이립사극(斷鰲足以立四極)'이란 말이 있다. 여기서는 그 사기의 구절을 생각하고 지은 말이리라. 바다 가운데 큰 자라가 등에 지고 있다고 하는 산이있다. 그산을 오산(鰲山)이라 하는데 예로부터 신선이 산다고 했다.
(註二) 황령(皇靈)은 제왕의 신령. 여기서는 전장의 황혁 노혜를 받아서 황령 진혜(震兮)라 한것. 궁해외(窮海外)는 바다밖 끝까지 닿는다는 뜻이며 부정(不庭)은 조정을 등진다는 뜻이다.
왕정(王庭)에 내조(來朝)하지 안는다는 뜻. 정은 廷에 통하며 좌전(左傳)에 보면 '이왕 명토부정(以王命討不庭)'이란 말이 나온다. 수류(殊類)의 수는 사(죽음)류는 해골 류(髏), 갑여(甲旅)는 갑옷으로 무장한 군사 무장병, 공매(公邁)는 공무. 매는 려(勵)와 같다. 서경에 '용려상아국가(用勵相我國家)'이라고 나온다.
힘써 매진하는 것 경예(鯨鯢)는 고래경은 수고래, 려는 암고래 모두가 작은 물고기를 삼켜먹는 관례로 약한 나라를 침식하는 불의의 사람 또는 악당의 괴수에 비유한다. 좌전에 '고자명왕벌불경취기경예이봉지 이위대륙(古者明王伐不敬取其鯨鯢而封之以爲大戮)'이란 말이 나온다. 뜻이 바꿔져서 잡혀 죽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인개(鱗介)는 어류의 조개류. 여기서는 무기를 말하며 궁갈(穹碣)의 궁은 하늘 높고 큰 것. 갈은 비석돌을 세우는 것. 네모난 것이 비요 둥근 것이 갈이다.
황예(荒예瘼)는 먼 끝. 후한서(後漢書)에 '신위우정벌전무호황예(信威于征伐展武平荒瘼)'란 말이 있다. 하예(遐奮) 변예(邊奮) 수예(殊奮) 등 모두 같은 말들이다. 가주회(嘉主會)는 가회라는 뜻 진서(晉書)를 보면 가회치주(嘉會置酒) 가빈충정(嘉賓充庭)이란 말이 나온다. 주(主)는 조자(助字).
이 제二장의 시는 제一장의 적극적인 데 비해서 위엄을 가다듬는 전후의 영광을 나타낸 듯 싶다. (註解 國文學者 禹玄民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