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백이정 탄생설화
고려시대 어느날 해질 무렵 난음리 어떤 집에 머슴살이 하던 백씨 총각이 뒷산에서 나무를 해서 집으로 내려오는데 산길을 올라오는 여인을 만났다. 총각은 아녀자의 몸으로 땅거미가 짙어오는 저녁에 산길을 오르는 것이 이상하여 이유를 물었다.
"낭자는 무슨 연유로 날이 어두워지고 잇는데 산길을 오릅니까?"
"사람 사는 곳이 산 속보다 더 무서워 산에서 살아갈까 합니다."
"나는 저 아랫마을에 사는 머슴인데 저희 주인어른이 인자하고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분이니 하룻밤 머무르고 난 후에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백씨 총각은 사람을 두려워하는 처녀가 안스러워 재차 자신이 머슴살이 하는 곳에서 같이 지내기를 권유했지만, 처녀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밤에 산 속에서 지내는 것이 사실 무섭기도 하여 다음날 일찍 산에 올라 거처할 곳을 찾기로 생각하고 총각의 제의에 따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처녀는 주인의 인간됨과 백씨 총각의 인정이 남다름을 느끼고 그 집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처녀는 살아가면서 백씨 총각의 인간됨에 반하게 되었고, 결국 두 남녀는 혼인을 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딸을 낳아 살았다.
남편은 아내가 어디에서 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지 않았고, 세월이 흘러 자식들도 커가고 생활의 안정도 찾아가게 되자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사연으로 이 섬까지 와서 산 속에서 외로이 살아가려 했습니까?"
"저는 서울 양반댁 에서 태어났지만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의 도움으로 옛일은 모두 잊고 잘 살게 되었으니 다시 부모님을 찾아 당신과 아이들을 만나게 해야겠습니다."
아내는 편지를 써서 남편에게 서울 친정집을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편지를 가지고 처갓집을 찾아갔다. 처갓집에서는 그동안 딸의 생사마저도 모르고 있다가 백씨의 편지를 보고 기뻐하면서 사위를 융숭히 대접하였다.
백씨 내외는 아들을 서울에 보내 공부를 시켰고, 아들은 과거에 급제하고 승승장구하여 고려의 대들보가 되었으니 그 분이 바로 백이정 선생이었다.
시문마을은 백이정 선생이 활을 쏘던 곳이라 살문이라 불렀고, 후에 살시자를 써서 시문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