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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토) ~ 09. (일)

남해섬 유배를 자처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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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설화·민속

두꺼비섬과 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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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고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일은 하지도 않고 술이나 마시고 동네사 람들끼리 시비만 잦으니 인심이 흉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날 한 농부가 산에 올라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주위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두꺼비 울음소리였고, 두꺼비는 비가 오려고 하면 나타나는 동물이다.

그런데 가뭄이 계 속되는 중에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어디엔가 두꺼비가 있다는 것인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농부는 귀를 세워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주위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농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무 비를 기다리다 보니 헛소리가 들리는군."
농부는 혀를 끌끌 차고 산에서 내려오려고 하였고, 이번에는 분명히 아까보다 는 더 작은 소리지만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또 들렸다. 그곳은 왼쪽 발 아래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위치까지 분명했다. 농부는 그곳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보았더니 평소에는 물고기가 있는 곳이지만 가물던 때라 먼지가 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이렇게 마른땅에 두꺼비가 있을 턱이 있나"
중얼거리고 있는 농부의 귀에 자지러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꼬르르륵 꼬르르륵…."

농부는 허리를 굽혀 밭두렁 밑을 내려다보았고, 거기에는 큰 구렁이가 한 마리 있었다. 이 구렁이는 두꺼비를 칭 칭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꺼비는 구렁이한테 먹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구렁이가 몸을 감아 죄어들고 있어 울음 소리마저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농부는 생각 끝에 소리를 질렀다. "쉬 이놈의 구렁이야 저리가"
두꺼비는 농부를 힐끔 쳐다보았다. 농부는 돌을 들어 구렁이 옆에다 던졌더니 놀란 구렁이는 감고 있던 두꺼비를 풀어 주었고, 그리고는 저쪽으로 스르르 기어갔다.

구렁이에게 풀려난 두꺼비는 눈을 두어 번 껌벅거렸다. 그리고는 엉금 기어서 구렁이의 반대편 밭두렁 아래로 갔다. 가다 말고 두꺼비는 뒤로 고개를 돌려 농부를 바라보았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뜻일까"
멀거니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농부는 '참 별일도 다 있구나' 하고 푸념을 하였다. '뱀도 날궂이 할 때 잘 나타나는데 이렇게 쨍쨍한 날에 두꺼비와 구렁이가 어째서 저렇게 나타났을까?
그리고 하필이면 거기서 그렇게 야단을 하고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그런 장면을 보게 되었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농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농부는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농부와 아내는 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잘했어요. 좋은 일을 했으니 복 받을 거예요."
"그래 비라도 흠뻑 오면 그게 바로 보일텐데."
"비가 올 거예요"
그날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뒤 밖을 바라보니 노을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남쪽 세존도 위에는 제법 구름도 옅게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여보 여보, 저길 좀 보구려. 저기 세존도 쪽에 구름이 일고 있구려, 아마도 비가 올지 모르겠는 걸."
농부의 말에 아낙이 대꾸했다.
"그것 봐요. 좋은 일을 했으니 하늘이 비를 내려 주는 것이 틀림이 없어요. 정말 저 구름이 비구름이 되어서 곧 비가 오게 될 거예요."
그들 부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날 밤 농부는 깊이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빗소리가 후둑후둑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분명 비 오는 소리 같았는데 비가 오지 않는구나 생각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곧 비가 오기는 오겠구나."
중얼거리며 농부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내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그는 낮에 있었던 그 밭두렁에 서 있는 것이었다. 두꺼비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자취가 사라지고 아까 저쪽으로 갔던 구렁이가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구렁이는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몸 전체가 집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낮에 본 그 구렁이인데 몸통의 크기는 엄청났다.

그 구렁이는 슬슬 이쪽으로 기어와서는 낮에 두꺼비를 풀어준 그 자리와 멈춰 섰다. 그리고 구렁이는 농부에게 항의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 먹이를 풀어주는 거요."
명이 죄를 날름거릴 때 농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놈을 기억이 잡아먹으려고 몇 달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소." "그 두꺼비는 단순한 내 먹이만이 아니라 내 원수였소. 내 새끼들을 날름날름 잡아먹은 원수였고, 그래서 나는
구렁이는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얘기를 계속했다.
그 놈이 언제나 습기 있는 곳에 잘 숨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비를 못오게 했었소, 땅이 모두 마르면 그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소. 그래서 몇 달이고 이 섬에 비 한 방울 오지 않게 했던 것이오.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나는
그놈을 찾아내고 만 것이오."
구렁이는 몸을 한 번 비틀어 보이고는 다시 농부를 노려보았다. 험상궂은 인상이 자칫하면 농부에게 덤벼들 것도같았다. 구렁이는 말을 이었다.
"그놈은 지금 저 마을로 내려갔소, 몸이 말라 있어서 바닷물이라도 몸에 바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소 나는 바닷가에 내려갔을 때 또 덮칠 것이오. 만일 그 때 당신이 또 훼방을 놓으면 당신의 집안은 물론 이 동네에 몽땅 재앙이 들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농부는 그냥 벌벌 떨고 있었다. 구렁이는 농부를 한 번 힐끗 바라보고는 자기가 온 쪽으로 슬슬 기어가는 것이 었다. 농부는 그 구렁이에게 말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구렁이의 이야기만 들었다. 그리고는 구렁이가 사라진 뒤 집을 향해 언덕을 마구 뛰어 내려왔다. 숨이 목에까지 차도록 뛰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여보 여보, 왜 그래요"
농부는 꿈을 꾸고 있는데 마누라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지금 막 꾼 꿈의 내용을 말하였다. 마누라 는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잊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마누라와 농부는 걱정이 되어서 계속 대화를 하였다. 마누라가 먼저 물었다.
그럼 만약 또 구멍이가 두꺼비를 잡아먹는 장면을 보면 어떻게 하겠소?"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하지. 이번엔 그냥 둬 버리지 뭐."
그래요 만약 다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그냥 못 본 척 해 버려요."
"그럼 그 두꺼비가 또 나를 바라보면서 원망하는 눈길을 보낼텐데, 못 본 척하기도 그렇고 구해 주기도 그렇고...”
"그럼 어떻게 해요~
"그냥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지 뭐."
그들 부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두꺼비가 농부의 꿈에 나타났다.
"농부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보답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 남해의 구름이란 구름은 다 여기에 모으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비가 올 것입니다. 비가 오면 나는 바다를 통해 저 멀리 다른 섬으로 피할 작정입니다. 저 구렁이는 대대로 원수지간이어서 여기서는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저 구렁이가 우리 형제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우리는  또 저 구렁이의 자손을 해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이 섬을 떠나면 이 싸움은 멈춰질 것입니다. 

농부님이 저를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비도 오게 하고 서로 싸우던 그 일을 이제 멈추 게 하려고 저는 이 섬을 떠나려는 것입니다."
두꺼비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너무나도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마을에 가뭄이 계속될 때 동네 사람들이 싸움을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은 우리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제 이 섬을 떠나면 이 마을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싸움은 저절로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 몰려들고 있는 저 구름이 비가 되기 전에 저는 이 섬을 빠져나갈 것입니다."
그러자 농부는 꿈에서 깨어나 눈을 번쩍 떴다. 두꺼비는 간 곳이 없고 곁에는 마누라만 곤하게 자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로군."

농부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원래 큰 구렁이나 두꺼비는 마을을 지키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런 동물이 동네를 빠져 나가면 재앙이 드는 것으로 농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금 꿈에 나타난 두꺼비는 자신들이 이 마을 을 떠나면 재앙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부는 잠을 이루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앉았다.

그는 구렁이와 두꺼비의 싸움이 다시 일어날 것인지가 궁금하였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밖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그러나 농부는 밖으로 나가기가 난처했다.

구렁이가 정말로 나타나도 그렇고 두꺼비를 다 시 만난다는 것도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던 그는 밖을 내다보았다. 바깥 날씨는 우중충했다.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렁이는 두꺼비를 찾기 위해서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고,

두꺼비는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구름을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농부는 자신도 모르게 축담으로 발을 내려놓았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금 막 모래사장에서 두꺼비가 바다로 뛰어들어 먼 바다쪽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구렁이가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었다.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두꺼비와 구렁이는 속도가 거의 비슷해 쉽사리 잡을 수도 잡힐 것도 같지 않아 보였다.
농부는 두꺼비를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훼방 놓으면 마을에 재앙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의 다툼을 없애고 비를 내리게 해 주겠다는 두꺼비가 잡혀 먹히는 것을 그냥 두기도 곤란했다. 그는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여보, 내가 본 구렁이와 두꺼비가 꿈에 말한 대로 바다로 헤엄쳐 가고 있어."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구렁이와 두꺼비를 본 마누라는 기겁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악! 저게 뭐고, 구렁이고 두꺼비 아이가!" 마누라의 고함소리는 쩌렁쩌렁 뒷산을 울리고 앞바다로 퍼져 나갔다. 한참을 헤엄쳐 나가던 구렁이와 두꺼비는 자신을 부르는 고함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어 버렸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삽시간에 논밭이 벙벙하도록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결되었다.
바위섬이 된 구렁이와 두꺼비는 더 이상 싸울수 없었다.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구렁이도 구름을 모아 비를 내리게 하는 두꺼비도 바위섬이 되었으니 마을에는 싸움도 없어지고 가뭄으로 인한 재앙도 없어졌다. 그 뒤 사람들은 바위로 변해 버린 두 섬을 두꺼비 섬과 뱀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가뭄이 계속될 때는 두 섬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틀림없이 비가 내리기 때문이었다. 두꺼비섬과 섬은 이곳 주민들의 길흉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풍년과 풍어를 빌 때 마음속으로 꼭 이 섬들의 도움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뭄이 계속될 때는 이 두 섬 위로 구름이 끼길 기다린다고 한다.

바위로 굳어지며 끝나 버린 두꺼비와 구렁이의 영원한 싸움도 이 섬을 바라보는 미조 사람들에게는 화해의 징표가 되기도 한다.

 

  • 출처미조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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