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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토) ~ 09. (일)

남해섬 유배를 자처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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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설화·민속

행신과 목신의 대화를 엿들은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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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이성계는 크나큰 꿈을 품고 전국을 돌아디니며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등 이름난 산에서 산제를 지내면서 백일기도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별다른 효험이 없어 마지막으로 지리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렸지만 역시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고 지리산에서 새벽에 일어난 이성계는 남쪽을 바라보았다.

안개 속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뻗어 나오고 있고, 뒤늦게 남해 금산이 영험한 산임을 안 그는 서둘러 섬으로 건너와 금산 보리암 동쪽 바위 위에 앉아 기도를 올리기로 하였고, 마침 오른쪽 큰 바위 정상에는 세 개의 바위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금산 신령님이시여!  백일기도를 마치는 날, 내가 이 나라의 재상이 될 운명이라면 저 세 바위 중 바위 하나를 세워주시고, 이 나라의 왕이 될 운명이라면 두 개의 바위를 세워 주시고, 중국까지 통일할 황제가 될 운명이라면 세 개의 바위를 모두 세워 주시옵소서."

이성계는 자신의 운명을 점지해 달라는 기원과 함께 백일기도룰 시작했고, 산제를 지내고 있던 98일째 된던 날, 난포현 난음에 있는 정자나무 옆에 세워진 군자정 아래에 한 젊은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멀리에서 온 한 행신이 군자정의 정자나무 목신에게 말했다. 

"여보게 정자나무 신령, 금산에서 이씨라는 성을 가진 자가 백일 산제를 지낸다는데 어떻게 하고 있나 한 번 가보지 않겠나?"

"나는 오늘 집에 손님이 들어 못 가겠네, 자네나 갔다오게."

행신은 할 수 없어 혼자 이성계가 산제 지내는 곳에 가 보았다. 이성계는 나름대로 갖은 제수를 차려 백일기도를 드리고 있었지만 성의 가 부족했는지 행신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정자나무 신령 뒷산에서 백일기도 하는 이씨라는자가 차린 음식의 맛을 보았더니 정성이 부족해. 그래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점지 받을 수 있겠나? 금산 산신령 역시 나하고 같은 생각이더구먼."

행신이 돌아와서 목신에게 오늘 운감이 좋지 않더라고 말했고, 잠결에 이 대화를 들은 젊은이는 그 길로 이성계에게 달려가서 행신이 목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이성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더욱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리고 기도를 올릴 테니 자네는 잠을 자는 척하며 행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어 보아 주시게. 일이 잘 되면 훗날 자네에게 보답해 줌세."

이튿날 젊은이는 군자정에서 잠을 자는 척하고 있었고, 그날도 행신이 나타나서 목신에게 함께 산제에 가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목신은 젊은이가 와서 잠을 자고 있다는 핑계로 행신과 같이 가지 않았고, 행신은 다시 금산에 갔다 와서 목신에게 말했다.

"오늘 운감은 대단하더군 그려. 참으로 정성이 가득하고 마음이 담겨 있었어, 금산 산신령도 탄복을 하더군 그래."

행신은 목신에게 이성계를 칭찬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군자정 밑에서 잠자던 젊은이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이라 급히 이성계에게 올라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내 나름대로 정성을 드린다고는 했지만 많이 부족했나 보이. 알려주어서 정말 고맙네, 훗날 그대를 부를 날이 있을 테니 그때 꼭 와 주게."

이성계는 젊은이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말했고, 그리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리고 마지막날 기도를 마치고 아침에 일어났다.

백일기도처 오른쪽에 있던 세 개의 바위가 우뚝 서 있었고, 이성계는 한 나라의 왕의 될 운명까지 점지 받았다.

그는 남해 금산에서 자신의 운명을 안 후 훗날 위화도 화군으로 정권을 잡은 후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였다.

난음 정자나무에서 백일 산제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도록 도와 준 젊은이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벼슬을 제수 받아 이성계의 신하로 여생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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